| 한의 시술을 시작한지 벌써 올해 35년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동안 강산이 여러 번 변했다. 오늘은 그동안 한의 시술을 해오며 경험했던 경험담을 독자와 함께 하기로 하겠다.
필자는 1974년부터 한의를 시작, 1981년부터는 미국에서 환자를 접하게 되었고, 그동안 거의 삼십년 가까이 미국촌에서
미국인들을 상대로 진료에 임하다가 약 3주 전부터 한국촌에서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아직 한국 환자에 익숙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어느 날 환자가 전화해서 다짜고짜 나에게 “원장님은 첫 인상도 좋고, 너무나 훌륭한 분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정말
실망이 크네요.” 라고 한다. 뭔 말인지 몰라서 황당한 나머지 “무슨 말씀인가요?” 물으니 상대의 답인즉 “왜 사람을 속이세요?”
한다. 그래서 “제가 님을 속여요?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요?” 반문을 하니, 전화하신 분의 말씀인즉 “제가 약을 먹어보니
재탕입니다. 재탕이 맞아요. 어떻게 환자를 상대로 재탕을 팔아먹어요?” 한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그래서 “약초 값이 얼마나 된다고 재탕을 해서 환자에게 주겠어요?” 말하면서도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본인이 맛을 보니 그렇단다. 참 난처한 일이다. 그러면서 본인은 진실한 기도교신자라서 남을
안 속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것 참 황당무지로소이다….
필자가 다시 전화를 하니 안 받고, 여러 번 전화 시도 끝에 통화가 다시 되어 “약이 안 들어서 불평을 한다면 이해가 되나,
맛이 틀리다고 재탕 운운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니 제가 약값을 돌려드릴 테니 약을 가지고 오시죠.” 하니 “그럴 순 없죠.”
한다. “왜죠?” 반문하니 약이 좋아 효과를 봤단다. 그리고는 “제가 일주일 먹고 너무 많이 좋아져서 또 일주일 분 지어온
거잖아요.” 한다.
정말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재탕이 아니라는 설명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마구 재탕이라고 우긴다. 그래서
결국은 신을 끌어 들여서 설명을 하였다. 참나… “님이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시니 제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맹세를 하면 믿겠습니까?”
(죄없으신 하느님 이름까지 들먹이며) 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절대로 님을 속여 재탕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니,
상대의 답인즉 “그럼 됐어요.” 란다. 참나…. 요즘 재탕을 해서 환자에게 주는 한의원이 어디 있나? 더 좋은 약재를 써서라도
효과를 극대화하기를 바라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닌가? 상대는 “그럼 미안해요. 없던 걸로 해주세요.” 하는데, 글쎄 그것이 없던
걸로 돼서 기억에서 지워지는 일인가?
그분은 자신이 여러 곳의 한의원을 방문해 약을 먹었던 경험이 많아 한약을 잘 안다고 내원한 경우다. 필자는 진찰한 내용대로
약을 지어줬고, 일주일 후에 다시 내원해서 차도를 살펴 약을 침과 병행할지 약만 더 계속 들을지를 결정하자고 했다. 일주일 후에
내원했을 때 상태가 너무 좋아졌고, 불편했던 몇몇 증상들이 다 소멸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침은 병행을 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냥 들던 약을 계속 들면 되겠습니다” 했다. 어째 표정이 이상하게 느껴졌으나, 불필요한 치료는 환자한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다음날 약을 가져간 경우인데, 약을 가져간 후에 이렇게 말을 하니 필자가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은 날 다른 한의사가 나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황당사건을 이야기 하였더니, 자기도 그런 비슷한 일을 많이 당했단다.
침을 치료하고 달라는 한약을 안주었더니, 하다못해 욕을 하면서 가더란다. 왜 이런 일들이 한의원에서 생기는 것일까? 한의사는
의사가 아닌 장사꾼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행동이 나오는 것일까 노파심도 생긴다. 참으로 우리는 서로 믿고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서로를 불신하는 사회가 너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판단하는 사고를 빨리 바꾸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후 같은 분한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분의 말씀인즉 “원장님 정말 미안해요. 제가 미쳤나봐요. 왜 그런 의심을 했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가요.” 란다. 사람들이 화가 나는 이유를 상대의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가 스스로의 화를 부추긴다고 한다. 내
탓으로 돌릴 때에 화는 스스로 삭아든다. 아~~~ 내 탓이로소이다….
송경식
(Dr. Edward Song, Ph.D., L.Ac) 전승 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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